2020년 7월의 첫 번째 월요일.

2020-07-06

뜨거움에 대하여

뜨거운 햇살 내리쬐는 날 그야말로 유럽식 카페에 앉아

차가운 모히토 한 잔에다 늘어지는 재즈를 들어보렴

파란색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멋을 부린 건너편 여인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까 봐 힐끔 곁눈질만 하겠지만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연애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머리 위 에어컨 바람이 뜨거운 여름을 달래어 준다.


테이블 위에 럼 한 숟가락 들어간 차가운 모히토와 두 페이지 달랑 넘긴 책 한 권 그리고 충전기가 연결된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연결 비밀번호를 찾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쩌면 미래의 우리 주거 형태가 정말 잠만 자는 집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이 또 변할까?

어렸을 적 소년 잡지가 있었고 가끔 미래의 모습이라는 내용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올라왔었다. 걸으면서 상대방 얼굴 보고 전화하기, 자동차 길 가르쳐주기,  가정주부 로봇, 휴대용 컴퓨터 등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 그리고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쓰레기 섬, 오존층 파괴, 온난화. 결국 이 모든 것이 불과 몇십 년 사이에 현실이 되었다. 

살면서 뜨거움에 대해 걱정을 해보았던가? TV에 나오는 제철소 용광로의 작업자들을 보면 와 덥겠네만 해보았지만, 숨 막히는 사막에서 앗! 뜨겁다고 하며 돌아갈 한국의 시원함만 상상했건만 이제는 그 뜨거움 속에 사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날이 왔으니…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기억한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기억을 만들었고 지워왔는가? 날씨 가지고도 이럴진대 그 수많은 사연은 또 어떻게 우리의 기억을 채울 텐가? 벌써 생기지도 않은 기억을 만들어본다

따뜻한 히터가 틀어져 있는 카페에 앉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차가움에 대하여”를 끄적거리고 있을 다음 겨울을…이 여름이 그리워질 다가올 겨울을 기다린다.

그 사이에 있을 가을에 마음이 설레며…

Seoul, KOREA

                                                                                                                                                                             상산(常山) 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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